<천궁시 각성편 4화>
“아, 준. 이번 주 주말에 시간 있어?”
“응? 왜?”
준이 출근하기 위해 현관으로 나갈 때 쯤 메리가 방문을 열고 나와 준에게 물었다.
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이유를 되묻자 메리는 검지를 들었다.
“우리 이곳에 온 지도 두 달이 다 되어가잖아. 기념으로 파티나 할까 해서.”
“너희들은 파티 진짜 좋아하네.”
문화권에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1달은 몰라도 2달째도 파티를 한다는 발상은 준에게 조금 신기했다.
그런 준의 반응에 메리가 ‘뭐 어때’하면서 불만을 내비쳤지만 그 모습이 좀 귀여워 웃어버렸다.
영문을 모르는 메리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자 준이 못이기는 척 긍정의 표시를 보내고 집 밖으로 나갔다.
“두 달이라...”
준이 창궁시에 온지 어느새 두 달이 가까워졌다. 그 말은 그 지옥으로 탈출한지 2달이나 지나갔다는 것 이지만 아직도 준은 그 날들이 생생했다.
아마 평생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것 이다.
이젠 익숙한 출근길을 지나 박사에게 약품을 받은 준이 향하는 곳은 제 2 폐쇄구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보름을 넘어선 출근길이지만 준은 이 길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보름: 약 15일
아마 그건 준이 익숙해지고 싶지 않아서라는 의지도 포함된 결과일 것 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리아 박사가 억지로 떠넘긴 진찰 업무는 예상된 결과와 달리 장기 업무로 확장되고 있었다.
환자의 상태가 점점 나아지고 마리아 박사도 그에 따른 처방을 수작업으로 약을 제조해 케어하고 있었다.
처음 방문했던 설렁설렁 보였던 태도와 다르게 이젠 진지하게 이 일을 대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니 준도 성의를 보이며 일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머리속으로 그녀의 이전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불량한 연구원은 아니었지만 성실함과도 동떨어진 사람이었다.
세상에 기대할 것 없다는 듯이 의욕없던 그녀의 모습은 아무래도 열정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뭐, 어쨌거나 나쁜 건 아니지만.”
유일한 단점은 언제 생존한 붕괴수나 망자의 조우나 다 쓰러져 가는 이 건물에서 진찰하는 리스크 정도였지만 이 점은 준만 희생하면 되는 부분이니 문제(?)는 없었다.
불행하게도 이런 건 준이 전문가라 해도 될 정도로 요령이 있기 때문이다.
준이 문앞에 서서 벨을 누르자 안에서 클로에가 그를 맞이해 주었다.
처음에는 외간 남자가 여자들밖에 없는 집에 와서 경계하는 듯 했지만 점차 준을 대하는 태도가 온화해 졌다.
준의 인간됨을 알아봤던 걸 수도 있지만 딸의 병세가 호전되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보름만에 가망이 없던 딸의 생기가 돌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저는 밖에 일이 있어서 서둘러 집을 비워야 될 거 같아요.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네, 넵. 조심히 다녀오세요.”
준이 그녀에게 인사한 후 그녀가 집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방비한 일이 아닐까 싶었지만, 이 집안의 경제활동은 그녀밖에 할수 없다보니 시간에 자유로울 수도 없을 것 이다.
결국 준 혼자 진료에 들어가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니 반가워하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안녕하세요.”
루이스 리프다운. 그녀가 바로 준이 진찰하는 환자였던 것 이다. 첫 만남은 증상이 심해 이성조차 없었지만 현재는 상태가 호전되어 인사하는 정도는 가볍게 할수 있었다.
사실 그녀는 예상 이상으로 상태가 좋아져 마리아 박사조차 놀라워 할 정도였다.
망자화된 피부도 어느정도 호전되었고 그녀의 체력도 크게 회복되었다.
처음에는 미각조차 마비되어 음식을 못했는데 이제는 끼니도 입을 움직여 섭취할 수 있었다.

“준 오빠, 그거 들었어요? 천명 대주교의 손녀가 마흔살이 넘는데 외형은 아직 저 같은 꼬맹이래요.”
“그렇군요.”
“저번에 천명에서 일어난 사건 사실 네겐트로피의 군수기업이 쳐들어갔다는 말도 있대요. 그때 사람들이 거대한 전함을 많이 봤다고 하던데요?”
“아하~”
“그리고-”
“그런가 보네요.”
“제 말 듣고 있어요?”
준이 아차 싶어 고개를 들었지만 루이스는 이미 준을 불만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준이 턱을 긁으며 다시 주사를 놓으려 소매를 걷었지만 루이스가 홱 팔을 들었다.
“제가 싫으세요?”
“네?”
“제가 말도 나누기 싫을 정도로 귀찮으세요?”
‘네’라고 솔직한 본심이 나오려던 목구멍을 막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런 준의 행동이 불만족스러** 루이스는 가냘픈 손으로 준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그~ 으~ 런~ 데~ 왜 제 말을 대강대강 흘려 듣는 거예요.”
“이, 이러다 다쳐요. 진정하세요.”
준이 칭얼거리는 루이스를 부여잡고 진정시켜봤지만 루이스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로 계속 준을 바라보았다.
준이 한숨을 쉬고 머리를 굴려 환자와 사적인 감정을 가지면 안 된다는 규정을 꺼내봤지만 루이스는 단번에 반박했다.
“그럼 간호사 언니는 왜 친절하게 대해주는데요.”
“그건.......”
“병원도 의료 서비스 업종이잖아요. 그럼 환자의 심신과 안정을 케어 해 줘야죠~.”
“으음......”
아무래도 오늘 어머니가 없는 걸 알아채고 평소에 못한 투정을 쏟아붓는 모양이었다. 이런 신뢰는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했다.
초등학생 여자아이와 말싸움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 충분히 알고 있던 준은 먼저 양 손을 들었다.
새삼 에리가 얼마나 순종적인지 체감했다.
“다음은 제대로 들을게요.”
“좋아요!”
시원시원한 대답. 알다가도 모를 아이였다.
“아, 맞다. 어제 반 친구가 찾아왔어요.”
“반 친구?”
“네, 사실 반이 바뀌어서 처음 본 친구인데 저한테 와 줬거든요. 선생님이 재학할 때 필요한 물건들이라며 예비차원에 전달해 준거래요.”
준이 놀란 건 그녀가 친구를 사겼다는 것도 그녀를 학교가 챙겨준 것도 아니다.
이곳은 제 2 폐쇄구였이었다. 한마디로 치안도 거의 마비된 위험한 구역이라는 것 이다. 그런 곳을 초등학생 아이가 왔다는 게 놀라운 것 이다.
“엄마가 위험하다고 이젠 오지 않아도 된다 했는데 그 아이는 괜찮다고 다시 온대요. 저도 걱정되긴 하지만 친구가 오는건 기뻐서... 다시 왔을 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
준도 솔직히 모르겠다. 선의의 행동이라도 위험한 행동인건 맞았고 추천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루이스의 고독을 알고있는 준이 쉽게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일단 사는 곳을 물어봐요. 근처에 사는 아이라면 큰 폐는 아닐 테니까요.”
“아, 그렇네요. 다음엔 꼭 물어 볼게요! 쿨럭!”
“그러니까 흥분은 하지 말라 고요.”
준이 서둘러 물을 가져다주고 그녀가 진정한 뒤 진찰을 이어갔다.
진찰이 끝날 때쯤에는 저녁이 다 되었고 준은 루이스와 인사한 뒤 집에서 나왔다. 루이스가 끈질기게 좀더 놀아달라고 했지만 준은 단호히 거절하고 집 밖으로 나가 바깥 공기를 쐬었다.
그러던 중 골목에서 뭔가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
꼬마 여자아이의 실루엣이 골목 쪽으로 사라졌다. 언듯 에리처럼 양갈래 머리였던 것 같아서 괜히 신경쓰이기도 했다.
준이 잰걸음으로 여자아이가 골목에 가봤지만, 이미 여자아이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준이 더 접근해볼까 생각했지만 주춤하던 발걸음을 이내 돌렸다.
괜한 걱정이겠지.
다시 생각해 보니 루이스에게 와줬던 친구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빨리 사라져 주는게 맞겠지 싶어 발길을 돌리자 전화가 왔다.
준이 휴대폰을 들어올려 받자 전화기 스피커에서 냉기가 느껴지것 같았다.
“뭐하는데 전화가 늦어?”
“잠시 일이 있었어요.”
마리아 박사였다. 항상 정시 보고를 줘야 했는데 깜빡하고 늦게 준 준의 잘못이었다.
-라고는 생각하지만 이제 겨우 1분이 지났는데 좀 유도리가 너무 없다.
아니꼬운 불만을 삼키고 준은 사무적으로 일을 보고했다.
“오늘은 전보다 좀 더 좋아진 거 같아요. 피부 괴변은 아직 미미하게 진행되는 모양이지만 속도는 많이 늦혀졌고요. 박사님 약이 효과가 있는거 같아요.”
“.......”
“박사님?”
“뭐, 그건 당연한 거고.”
마리아 박사의 한타임 늦은 반응에 준이 의아해 했지만 박사의 거만한 태도에 물흐르듯 사라졌다.
“어쨌든 나는 지금 퇴근 할 테니까 너도 바로 퇴근해. 보고서는 내일 아침에 제출하고.”
“그거 초과 근무인데요.”
“그래서 일찍 퇴근시켜 주잖아.”
겨우 30분 차이인데요. 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준이 꾹꾹 눌러 담았다. 내뱉는다 한들 박사가 귓등으로도 안 들을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동의도 없이 단칼의 전화를 끊은 박사와의 통화를 가방에 담아두고 루이스가 있을 집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알고 있었다. 이렇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도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와의 추억이 준의 각오를 흐믈흐믈 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여기는 그곳과 다르니까. 다르지 않을까.
그는 주먹으로 그 생각을 부여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일이 많아서 상당히 바빠 연재가 늦었습니다. 일하면서 소설쓰는건 진짜 힘드네요.
사이트에서 'ㅅㅅㅣ'(mr. ro ms.)를 못쓰다 보니 따로 호칭을 써야 되는데 이게 힘드네요.
부///터(~form)도 못 쓰네요. 심각하다.
대체 언제쯤 고쳐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