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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의 율자의 세상은 아름다웠다. 10화

From Herrscher of dominance's World was Beautiful.[H.W.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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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카 생존편 - 10>


하늘이 금빛갈로 물들고 있을 때 두 명의 남자가 어느 빌딩 옥상에 올라서서 무언가를 만지고 있었다.


폭죽더미들을 묶고 심지를 길게 이어 한쪽으로 모으더니 안쪽에 있는 작은 기계장치에 연결하고 있었다.


네모난 박스에 끝에 줄을 묶고 그 뒤 변수가 생기지 않게 줄을 고정하자 드디어 끝마친 듯 이마를 닦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쪽은 끝났다.”


「이쪽도 연결이 끝났어요. 이제 타이머만 맞추면 작동이 시작될 거예요.」


『우리도 끝났어. 시동만 걸면 잠시 후 출발할 수 있을 거야.』


무전에서 마찬가지로 작업을 끝맞췄다는 싸인이 들리자 준은 페드를 바라보았다. 페드도 고개를 끄덕이자 둘은 점점 지고 있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떠나네.”


“그러게. 참 인연이 긴 섬이었어.”


정붙였다는 말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딴 섬 따위 빨리 나가고 싶은 게 먼저일 것 이다. 페드도 준도 그 건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을 리 없었다.


이곳에 있는지 3개월하고 조금. 이제 가을이 다 되어 날도 점점 쌀쌀해 지고 있던 시기였다.


뜨거운 여름날에 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난 것 이다. 새삼 이곳에서의 추억과 사건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체감되자 준은 페드에게 가볍게 말을 던졌다.


“끔찍한 3개월이었어.”


“누가 아니래. 난 영영 이곳애서 탈출도 못하고 죽는 줄 알았어.”


“내가 보기엔 너가 가장 오래 살았을 거 같은데?”


“헹, 그 고물 깨울 때도 죽을 뻔 했던 거 잊었어?”


“너라면 죽지 않을 줄 알았어.”


서로 농담을 던지며 헛웃음을 지은 둘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슬슬 복귀할까 하고 돌아서던 준에게 페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준, 저번에도 말한 거 같지만. 그때 날 구해줘서 고맙다. 붕괴수에 둘러싸였던 날 구해주지 않았다면 이런 날은 오지 못했을 거야.”


페드와 준의 첫 만남은 붕괴수에게 포위되었던 그를 준이 발견했을 때 였다.


가족을 모두 잃고 집에 숨어있던 페드가 식량이 떨어지자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와 근처 편의점으로 잠복했을 때 였다.


그 때 편의점 입구는 모두 잠겨 있었고 우리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다른 곳을 찾아가려고 해도 이미 세 번째인 데다 더 멀리 떠나다가 위험요소라도 마주치면 큰일이었다.


그렇게 계산했던 페드는 주변에 벽돌을 집고 그대로 유리문을 깨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멍청이가 따로 없었지만 그만큼 페드는 굶주렸고 정신력도 한계였다.


그 뒤 당연히 도둑 방범 벨이 울리고 주변의 붕괴수가 모여드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꼼짝없이 궁지에 몰린 아트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우산을 뽑아 최후의 저항을 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 때 저 뒤쪽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쳐!!”


말이 끝나기와 동시에 가스통이 날아와 길에 있는 차에 떨어지더니 손잡이 끝머리가 불타는 검은 호미 같은 물체가 가스통에 박히더니 폭발이 일어났다.


이어서 차와 함께 연속으로 폭발하자 흙먼지가 흩날리며 주변이 자욱해 졌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페드는 반대편 가게 문을 달렸고 시야가 차단된 붕괴수가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


후에 그 목소리의 주인과 합류한 페드는 그 정체가 자신 또래의 남자와 여자아이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게 바로 준과 에리였다.

 

그 사건들을 떠올리며 페드가 말하자 준은 쑥스러운 지 턱을 긁적이던 준은 살짝 뒤를 돌아보고 대답해 주었다.


“나도 여러 도움 받았으니 똑같지. 서둘러 돌아가자고.”


준이 옥상 문을 열고 고개를 까딱하자 페드도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따라 계단 쪽으로 향했다. 그들이 옥상에서 사라지고 하늘을 채운 금빛은 첨첨 푸른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이제 마지막이네.”


근처 창고에서 돗자리를 깔고 저녁상을 차린 명은 바닥에 깔린 것들을 보며 다들 한숨을 푹 쉬었다.


건조식품인 라면과 냉동식품인 치킨, 그리고 남은 통조림들의 뚜껑을 따자 지금껏 먹은 음식들중 가장 풍족한 식탁이 차려졌다.


만약 이전 같으면 아깝다며 낭비라 했을 테지만 더 이상 음식을 아껴먹을 필요가 없었기에 그동안 못 먹고 아껴놨던걸 지금 다 풀어버린 것 이다.


“근데 저 벌레 통조림은 왜 아낀 거야.”


“나름 유명한 동쪽 나라에서 먹는 유명한 음식이라고 하더라고요.”


“엑... 준, 실화냐.”


“‘뻔데기’라고 하는데 나름 맛있어.”


-라고 하면서 저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는 준을 보자 페드가 얼굴을 찡그렸다. 준의 말을 잘 따르는 에리지만 이번만큼은 그녀도 무리인지 숟가락을 가져가다가 포기하고 콘 스프를 떠 먹었다.


“그러고 보면 여기서 별 음식은 다 먹어본 거 같네요. 쌀국수라던가 건조 국수들은 이제 익숙하고 준형이 해준 밀가루 피자도 괜찮았어요.”


“그러고 보면 두리안이였나. 그거 보관 기간 길다고 한번 먹어보자 했던 놈 때문에 갈랐는데 냄새가 안 빠져서 고생했지.”


“설마 그게 그렇게 심할 줄은 몰랐지.”


“양파스프나 크림으로 만든 파스타도 괜찮았는데. 빵을 절이고 건조시켜서 과자같이 먹었던 건 나름 참신했었어.”


『너희들 조난당한 거 치곤 잘 먹고 다녔네.』


사람들이 한순간에 죽고 소유물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다 보니 마트나 가게들의 음식들이 모두 무료인 셈이 되었다. 그렇다 보니 준의 일행들은 아껴먹긴 했어도 배를 굶고 살진 않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 마지막이었다. 슬슬 시간이 다 되가자 준을 선두로 흰 보자기로 상자에 덮어놓고 접시들에 그럴듯한 식품들을 올려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비록 이곳을 떠나긴 하지만 이곳에 죽은 사람들을 완전히 내버려 두고 가는 것도 뭐해서 이렇게 혼을 기리는 의식을 하자는 것이 이들의 단합된 의견이었다.


애석하게도 그들 중 아무도 종교를 가진 사람이 없어서 그나마 이쪽 문화가 있는 준의 동양방식 제사가 주축으로 채택 된 것 이다.


물론 준도 딱히 관심이 없어서 어동육서(魚東肉西)나 홍동백서(紅東白西)같은 개념 따윈 반영되지 않은 제사상이지만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라 생각하기에 모양은 보이도록 알록달록 꾸며놓았다.


“근데 이런 거 모형음식 같은 거 올려도 되는 거야?”


“별 수 없잖아. 과일이나 부드러운 음식은 죄다 썩어버렸는걸.”


3개월이나 지났다. 지금까지 육즙이 남아 있는 음식은 통조림 과일이나 젤리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모양을 내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찾아온 영혼이 재수 없게 모형을 집어먹다가 스티로폼을 삼키게 되더라도 이해해 줄 거라 믿고 드디어 제사를 시작했다.


군수 출신인 아트는 경례로, 아트는 고개를 내려 묵념을, 에리와 메리는 두 손을 모아 기도로, 준은 무릎을 꿇어 절을 하는 것으로 제사는 마무리 되었다.


제각기 출생의 동년배 아이들이 제각기 방법으로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보니 Eins31도 묘한 감상이 느껴졌다.


사람은 죽으면 끝이다. 하지만 그 뒤의 생을 상상하며 만든 문화는 전 세계 어디갈 것 없이 모두 생겨났다. 그 다양성이 이곳에 모여 제각기 모습을 보여줬지만 어째선지 그들은 하나인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삐삣, 인공지능에 버그 발견. 군수로봇에게 쓸데없는 감정이 생긴 것에 대해 추후 수정 바람.』


“자, 그럼 슬슬 인간세계로 돌아가 볼까. 아삼아. 네가 네겐트로피 본부로 우릴 데려다 줄 거라고?”


『그래, 이 비행기로 직행하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지부로 가는 건 충분하니까. 그곳으로 도착만 하면 뒤는 문제없을 거야.』


“드디어 우리도 문명의 삶을 살 수 있는 건가.”


“딱히 없어도 넌 잘 살 거 같은데.”


“시끄러. 이런 퇴보된 삶을 원하는 놈이 있을까 보냐.”


페드의 말에 다들 웃으며 창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이 시간을 끝날 떄가 온 것을 모두 인지하고 마무리하기 위해 창고의 문을 열고 아트가 문고리에 손잡이를 잡고 열자 우뚝 서서 멍하니 바라보더니 피식 하고 웃었다.


“하하, 미치겠-”


‘탕!!’


"아트!!!"


쩌렁 쩌렁하게 울리는 격발 음과 함께 아트가 쓰러지고 탄피가 튀는 소리가 창고를 울렸다.


그 직후 문이 벌컥 열리며 상황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갑작스런 일로 다들 대처하지도 못하는 사이 순식간에 총을 든 사람들이 창고로 들어와 일행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건......”


페드가 어금니를 악 물고 한 발을 내딛자 동시에 총을 장전한 남자들이 페드를 겨눠 그의 행동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창고 안으로 들어오는 한 남자. 백발로 머리를 넘기고 붉은 눈을 희번뜩 부라리며 일행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설마 이곳에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 거란 상상도 못했는데.”


그 말에 준은 소리쳐 반박할 기운도, 반항할 기운도 없었다.


준은 착각하고 만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적은 붕괴수와 망자들 뿐 이라고.


준은 망각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들을.


“여기 아주 탐스러운 게 있었잖아?”


그것은 바로 탐욕에 찌든 인간이었다는 것을.


Chopsticks이 어째서 검열단어인지 모르겠는데 괜히 열받아서 북한어인 저가락을 썼습니다.


검열은 대체 언제 개선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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