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카섬 생존편 마지막 화>
페드는 초능력자이다.
그 중에서도 근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이다.
맨손으로 철봉을 구부릴 수 있고 철문의 문고리정돈 힘으로 비틀어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3개월 동안 생존하면서 이 힘에 요령도 있었고 이전 체대 출신인 그에게 ‘힘’을 이용하는 정보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기에 붕괴수는 못 미치더라도 사람과의 육탄전 정도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페드는 그것이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눈앞의 남자. 토비오는 페드의 공격을 모두 읽고 역으로 반격해 자신이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먹을 휘두르자 토비오는 가볍게 흘리곤 그의 주먹을 페드의 안면에 꽂아 넣었다.
비틀거리던 페드가 간신히 정신 줄을 잡고 다리를 휘둘렀지만 역으로 다리를 붙잡히고 뒤로 날려 버려졌다.
압도적인 무력의 센스 차이.
이것이 천명의 발키리.
은퇴했다고는 하지만 그에게 남아있는 전투센스를 페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다. 천명을 고소할거라는 준을 비웃은 자신도 얼마나 실감하지 못한 것인지 새삼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분명 저 녀석에게 총상을 입었을 텐데 용케 움직이는군.”
“후욱.. 남는게... 체력이다보니. 어찌저찌 버틸 수 있나봐.”
왼쪽 어깨가 아려온다. 분명 통증은 가슴일 텐데 왼팔이 점점 저리며 움직이기가 힘들어 진다. 이러다간 상처가 덧나서 영영 팔을 못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으면 이 섬에서의 탈출은 실패한다.
자신이 버텨야지만 할 수 있다는 압박감으로 자신을 몰아 새웠지만 몸은 쉽게 따라주지 않는 형편이었다.
“이 이상은 시간만 아깝다. 이만 사라져라.”
그리고 품속에서 총을 꺼내둔 토비오는 페드에게 총구를 들이 내미는 순간 검은 탄환이 날아와 그의 총이 산산 조각났다.
“...? 네놈-!!”
“저도 예정이 변경된 거 같군요.”
이어서 검은 탄환의 주인, 아트가 UMP45를 조준해 토비보의 가슴을 향해 총을 발사했지만 토비오는 몸을 틀어 간신히 피했다.
하지만 토비오는 아트의 배신으로 순간적으로 잊고 말았다. 그가 상대하고 있던 사람은 아트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그의 턱에 주먹이 닿았다.
이를 놓치지 않고 달려든 페드가 주먹을 날려 토비오의 턱을 올려친 것 이다. 그 결과 토비오는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그대로 땅에 곤두박질 쳤다.
“아트, 어서- 으윽!”
“페드형!”
아트가 서둘러 페드에게 다가가 쓰러지려던 페드를 붙잡았다. 페드의 가슴이 축축한 것이 출혈이 심해진 모양 이다.
비록 아트가 급소를 피해 쏜 것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격하게 움직였으니 상처가 벌어지지 않는게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이 벌인 일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책임지고 수습해야 된다 생각했다. 다행히 공중에 떠 있는 망자는 갑자기 생긴 봉제인형들과 마찰이 일어나 이쪽을 신경 쓰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조금만... 버티세요.”
아트가 자신보다 덩치 큰 페드를 부축하며 활주로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드디어 도착했어...”
그리고 가장 먼저 활주로에 도착한 사람은 다름 아닌 메리 일행이었다.
다가오는 호무들을 모두 메리의 힘으로 물리치며 힘겹게 활주로에 도착한 메리와 준은 준비했던 소형 여객기로 올라갔다.
그러자 조종석에서 전선을 연결하며 대기하고 있던 Eins31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하느라 이제 온 거야? 어서 올라타! 출발한다!』
“잠깐! 아직 페드랑 아트가 안탔어!”
『뭐? 잠깐! 너 뭐하는거야!』
Eins31이 다급하게 뒤돌아보며 되물었지만 준은 에리를 좌석에 태우고선 다시 문을 열었다.
“둘을 데리고 올게.”
“멍청한 소리 하지마! 시간이 없어! 지금 이곳으로 붕괴수랑 망자들도 몰려오기 시작했다고! 시간이 없어!”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잖아!”
“준 저길 봐!”
준이 당장이라도 여객기에서 뛰어내리려던 찰나 메리가 전방을 가리키며 준에게 외쳤다. 준이 메리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자 아트가 페드를 부축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준이 지체하지 않고 여객기에서 뛰쳐나갔다. Eins31이 돌아오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아트와 페드한테 달려간 준은 주머니에 동전을 꺼내 검은 날을 만들어 전방에 던졌다.
그 것을 본 아트가 눈을 질끈 감았지만 동전은 아트와 페드를 지나 뒤쪽에 달려온 발톱 망자를 갈랐다.
벌써 망자가 쫓아오기 시작한 것 이다.
그 모습을 본 메리도 쫓아가 엄호하려 했지만 Eins31이 메리를 막아세우며 전방을 가리켰다. 전방에도 섬안에 남아있던 붕괴수들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 이다.
이윽고 전방으로 기사급 붕괴수가 창을 앞으로 향하며 달려오자 공중에서 토끼와 닮은 봉제인형들이 떨어져 붕괴수를 막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늘에서 돌진형 붕괴수가 날아오는 게 포착되자 Eins31마저 이제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활주로를 확보하더라도 공중에서 돌진형 붕괴수가 달려오면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객기는 전투기가 아니다. 제아무리 소형이더라도 회피운동을 하기에 적합한 선체도 아닐뿐더러 속도도 전투기처럼 빠르지 않았다.
“아트! 서둘러! 얼마 안 남았어!”
“준 형... 준형은 페드형을 데리고 어서 이곳을 탈출하세요.”
“뭐?”
“저는 여러분을 배신했어요. 그 결과 상황이 이렇게 악화됐고요.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할 자격이 없어요. 그러니까. 절 버리고 어서 도망치세요.”
“웃기지마!”
순식간에 닌자 망자가 달려와 검을 휘두르려고 하자 바닥에 있는 파이프로 올려친 준은 낫처럼 파이프 끝에 검은 날을 만들었다.
그리곤 검은 날을 아래로 내려쳐 망자의 반을 갈라버리면서 아트에게 외쳤다.
“말했지! 탈출 할 땐 우리 다섯 명이라고! 그러니까 헛소리 하지 말고 어서 페드를 데려가!!”
“준 형...”
이어서 낫을 든 망자까지 처리하자 다른 망자들은 거리가 많이 벌어진 망자들이었다. 이틈에 페드를 부축하면 어떻게든 여객기에 도찰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렇게 판탄한 준이 입을 열어 아트에게 말하려던 순간-
「탕!!」
“?!”
세상이 무너지는 듯 한 천둥같은 격발 소리가 준의 외침을 지우고 활주로에 울려 퍼졌다.
준이 뒤를 돌아보자 페드를 부축하고 있던 아트가 앞으로 쓰러지며 엎어졌고 페드 또한 놀라 땅을 짚고 아트를 돌아봤다.
“아..트?”
“크크... 이대로 끝났을 거라고 생각했나?”
“너........ 너 이 자식!!”
페드가 목소리를 듣자마자 뒤를 돌아보며 몸을 일으켰지만 다시 통증에 다시 주저앉았다. 바로 토비오가 준의 일행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던 것 이다.
“우리 모두 끝난 거다. 너도 나도. 그 누구도 승자 없이! 이 거지같은 세상의 패배자가 되는 거라고!!”
그 말을 끝으로 뒤로 달려오는 망자들에게 덮쳐지더니 끔찍하게 찢겨지는 시작했다.
차마 볼 수 없는 참상을 뒤로 한 채 준이 서둘러 아트를 붙잡아 몸을 돌렸지만 그 모습에 희망이라곤 찾을 수가 없었다.
구멍이 너무 컸다. 격발음의 크기로 봤을 때에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우레 소리와 다를 바 없었던 그 총성처럼 아트의 몸에 생긴 구멍이 너무 큰 것 이다.
“아트 정신 차려!!”
“하하... 로버트한테 약속했는데... 다시 돌아가겠다고...”
“아트!!”
“준 형... 고마워요... 이런 절 구해주셔서... 배신자인 절... 다시 구해주려고 해서...”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가자! 아직... 아직 기회가-!!”
준이 자리에서 아트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아트가 준의 손을 붙잡았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저는 기억하고 있어요... 준 형이.. 이 모든 것의 결과라고... 그러니까... 위험한걸 알지만... 그럼에도 저는 준형을 믿어요.”
“무슨.......?”
그러고는 아트의 팔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아트가 붙잡은 손을 따라 준의 팔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준이 이 영문 모를 현상에 어리둥절 하는 사이 아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준 형... 돌려준 그 힘으로... 꼭 모두를... 지켜...주..,,세......”
“아트? 아트! 정신 차려! 어이!!”
준이 아트를 흔들어봤지만 아트의 눈은 더 이상 떠지지 않았고 준을 붙잡은 손도 힘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알고 있었다.
준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곳에는 누가 언제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준도 각오 있었다. 누군가 죽더라도 감내하고 살아남을 거라고.
하지만 그는 알게 되었다.
그의 각오는 가짜였고 이 아픔이 바로 진짜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가 다시 정신 차릴 새도 없이 페드가 준에게 매정한 한마디를 더했다.
“준, 너라도 빠져나가라.”
“뭐...?”
“이제 와서 나까지 챙기기엔 늦었어. 사지 멀쩡한 너라도 어서 도망쳐서 탈출해.”
“무슨 소리야? 내가 그럴 거 같아? 아트까지 잃은 마당에 너까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래...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
그러고선 페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젠 마비라도 된 건지 피가 빠져 감각기관이 마비 된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 자리에서 일어난 페드는 허공을 올려다보곤 혼자 말을 중얼 거렸다.
“그러니까 부탁한다. 에리.”
“뭐?....!!!!”
그 직후 준의 허리에 노란 팔이 감싸더니 곧바로 준을 들쳐 매고 달리기 시작했다. 준이 놀라 돌아보니 사람보다 노란 봉제인형이 준을 들고 여객기로 달리고 있던 것 이다.
“잠깐! 멈춰! 뭐 하는 거야! 저기 페드도 있잖아! 어이!”
‘미안하지만 지금 명령권은 네게 없어.’
“뭐라고?”
준이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봉제인형의 힘이 억지나 강한지 비틀거리지도 않고 곧장 여객기로 직진하며 달려갔다.
‘그러게 그때 네가 주도권을 가졌어야지. 책임을 지라고. 「단장」.’
그러고는 순식간에 여객기에 도착한 봉제인형은 준을 여객기 안에 던져 넣었다. 준이 바닥을 굴러 벽에 부딪치자 때맞춰 여객기의 문이 닫히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윽...! 잠깐. 아직 페드가-!!”
『이미 늦었어! 더 이상 지체하면 활주로마저 봉쇄당한다고!』
봉제인형들도 슬슬 바닥을 보이는지 더 이상 생성되지 못하고 붕괴수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Eins31은 어쩔 수 없이 정규 루트를 포기하고 최대한 길이를 확보하며 달릴 수 있는 루트를 계산해 여객기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까지 포함한 루트였기에 선채는 비정상적으로 흔들렸고 불길한 소리까지 들렸지만 Eins31은 기체의 엔진을 올리며 활주를 시작했다.
이윽고 선체가 점점 뜨기 시작해 마지막 직선코스에는 드디어 고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전차급 붕괴수가 날아올라 선체로 돌진했지만 아래 있던 거대한 봉제인형이 붕괴수의 다리를 잡고 아래로 떨어트린 덕분에 여객기는 무사히 떠오를 수 있었다.
“끝난... 거야..?”
『아직.......』
메리의 물음에 Eins31이 한숨을 쉬듯이 대답했다. 지상은 이제 탈출했지만 마지막 난관이 남았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돌진형 붕괴수.
저 비행타입의 붕괴수들이 여객기로 날아오고 있는 것 이다. 이것만큼은 Eins31이 어찌할 도리가 없던 와중 마지막 이변이 일어났다.
「펑!」
하늘에서 폭발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하나 둘 폭발소리가 여럿 들리더니 하늘을 밝히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깔의 빛들이 하늘을 매우며 불꽃들이 돌진형 붕괴수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하더니 돌진형 붕괴수들의 전진 방향이 여객기가 아닌 불꽃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저건......”
“........”
페드의 손에 들려있는 건 빨간 스위치가 달려있는 작은 수신기였다.
비행기로 탈출하려는 순간 붕괴수의 이목을 끄는 용도로 전날 옥상에 잔뜩 설치한 불꽃놀이 발사장치 신호기였던 것 이다.
“저기서 보면 끝내주겠지?”
주변에 쓰러져 있는 망자들의 시체들 틈에 누워 하늘을 보니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섬에 보이던 폭죽이란 폭죽은 긁어모은 것 이다.
예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이다.
그러니까 되도록 자신도 저 하늘에서 불꽃을 바라보고 싶었다.
“준, 너 말이야. 이렇게 까지 했으니까...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
대답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스산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그의 뺨을 훑었지만 이젠 감각조차 희미해 졌다.
그러면서 흘러내리는 물의 따뜻함은 어찌나 잘 느껴지는지 분하기만 했다.
아, 좀 더 오래 살고 싶었는데.
약간의 후회와. 그러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페드는 눈을 감았다.
오늘 잠자리는 평소보다 조금 길거 같다는 예감과 함께.
알록달록한 하늘을 이불삼아 그는 **트리카의 섬을 마지막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드디어 **트리카 섬편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게으름으로 겨우 15화가 5개월이 걸리는 대 참사가 걸려 버렸는데 여기까지 봐 주신 분들께는 정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 챕터는 붕괴 콘테스트 영상 제작 후 바로 이어서 연재할 생각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다음 챕터는 <천궁시 각성편>입니다.
그리고 섬 이름은 포//르트리카(Portrica) 섬 입니다. 이놈의 검열은 5개월동안 문의해도 고쳐지질 않네요...


